모르는게 약이다
군대 제대하고 시골에 살 때에.. 고향 선배가 농삿일을 좀 도와 달라고
해서 나섰습니다.
수박밭과 사과 밭에 농약 뿌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단한번도 수박이나 사과를 재배한 적이 없는데요.
수박과 사과에게 그렇게 많은 농약을 치는지? 그때 알았습니다.
뭐랄까... 수박과 농약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먹고 크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주는 농약을 먹고 크는 구나~!
선배가 웃으면서 이런 말을 합디다.
"난 내가 농사 지은거 안 먹어.
이렇게 해로운 농약을 쳤는데, 내가 무서워서 어찌 먹겠나??"
틀린말은 아니다만, 뭔가 씁쓸한 마음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내가 장사를 해보니
그 선배 말이 이해가 가더군요.
농약을 치지 않고 시들시들한 것은 안 팔리고,
농약을 쳐서 보기 좋은 것을 소비자들은 선호한다는 것을 ~!
심지어 소비자가 농약을 그렇게 친 것을 보았다 하더라도
보기좋고, 맛있게 보이는 것을 선택할 겁니다.
그러니 농민 입장에서는 좋은 값을 받기 위해서는
농약을 많이 칠 수밖에 없겠지요.

처재가 보내 준 홍로 사과...
처재를 보면.. 뭐랄까..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신비함(?)을 느낍니다.
가난하지만 나쁜 농약을 피하는 신기한 농민이랄까?
'농약' 중에서는 익는 시기를 앞 당기는 것도 있어요.
대표적으로 사과와 고추 재배를 할 때에 그 농약을 사용합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서리'가 내리는데, 서리가 내리면 고추는 얼어서
상품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럴때 이 농약을 치면, 고추 줄기에 남아 있는 고추가 모두
한꺼번에 색깔이 벌겋게 변합니다.
진짜 익어서 변한 것인지?
아니면 화학적인 만남(?)에 의해서 색깔만 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신기하게도 모두 색이 바뀝니다.
그렇게 해서 서리가 내리기 전에 마지막 수확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유용한 농약이 아닐 수 없지요.
그런데 '사과'도 그렇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는데 사과가 아직 덜 익었을 때에,
농약을 쳐서 익는 시기를 앞 당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과 속살은 아직 덜 익었는데, 겉 모양만
이쁘게 변하게 만들지도 몰라요.
하여간 이 농약만 치면, 사과 빛깔이 훨씬 아름다워 집니다.
하지만 처재는 이런 것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재배한 사과보다 빛깔이 안 좋고,
가격이 덜 나와도 그것을 감수합니다.
그래서 난 처재를 볼 때마다.. 처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해마다 사과를 먹으면서.. 난 사과를 먹는 것이 아니라
처재 마음속에 녹아 있는 착한 마음을 먹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내 온 사과를 직장 동료들과 나누기
위해서 들고 와서 사진을 찍어 봅니다.
당도가 높은 것이 포도, 사과, 수박, 복숭아...
하지만 어느 작물이나 농약을 치지 않는 것은 없을 겁니다.
그저..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생각으로....
내가 먹는 이것은 그나마 농약을 덜 쳤겠지~!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농약덩어리를 먹고 살아갑니다.
< 끝 >
글 최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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