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이 겪은 북한의 안식교도
Author
church admin
Date
2024-04-30 03:43
Views
27
전철수(全鐵洙-전향간첩),
동아일보 1975년 3월호, 365, 366
신동아 공모 제11회 100만원고료 논픽숀 우수작 남창유한(南窓有恨)
비오는 날이었다. 동송림(東松林)은 항상 날씨가 좋지 못했다. 지게꾼은 다 그렇겠지만 제발 발판이 미끄럽지 말았으면 하고 비는 터였다. 그러나 이 날은 아침부터 비가 계속 내렸다. 게다가 내일은 일요일이다 하는 선입감에서 기분은 더욱 우울했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도구창고에서 지게를 지고 다른 동료들의 틈에 끼어 작업장에 나왔다. 불쾌한 날에는 재빠른 동작이 요령의 묘였다. 왜냐하면 조장들의 환심을 사는데 좋은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3조장은 나보고 부득불 삽을 쥐라고 명령했다. 비오는 날이 되어 퍽 다행이라 생각하고 나는 시키는 대로 삽을 잡았다. 보통 1개조는 19명에서 22명이었지만 오늘 따라 제3조는 19명이었다. 세패의 삽군(한패가 두명, 지게의 左右에서 퍼 올림)과 12명의 지게꾼으로 편성되었다. 그런데 나는 엉뚱한 사람과 삽의 한패가 되었다. 이자는 아침부터 삽을 세워들고 전연 일을 하지 않았다. 말인즉 安息敎 신도라 했다. 이 중년의 사나이는 교화소에 두 번째 들어왔다고 하는데 두 번다 公民證据否라는 특이한 죄였다. 당국이 공민증을 줄 때마다 하나님 여호와를 믿는 모든 신자들은 성경책만 있으면 되지 개패(강아지 목에 다는 패)같은 증명서는 필요 없다는 고집이었다.
그것까지는 나와 상관없으니 좋은데 안식일이라고 전연 일을 하지 않는데는 질색이었다. 지게는 계속 밀리고 반장, 부반장의 서릿발같은 몽둥이가 오락가락 하는 판에 나 혼자서 전부 담당하다보니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도무지 역정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저장이 때리고 차고 밟고 닥치는 대로 이사나이를 두들겨 팼지만 막무가내였다. 게다가 이 친구 얻어맞을 때마다 찬송가를 부르고 뭔가 기도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렇다해서 나도 같이 욕을 퍼붓고 때릴 수는 더욱 없었다. 나는 비지땀을 흘리며 무섭게 삽질을 했다. 이 사나이는 그래도 모르는 체 했다. 나중에는 반장까지 동원되어 모두 매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맞는 쪽은 날 때려 잡수 하는 식이었다. 계속 찬송가와 기도로써 일관했다. 정말 어이없는 인간이었다. 피가 사방으로 튕겨 가고 몽둥이는 난무했다. "야, 이 새끼야! 여기가 하나님 여호와를 믿는 곳이냐?"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아침에 출역할 때 이미 안식일을 선언했던 것이다. 결국 분대장에게 호출되었다. 나는 이때부터 조장의 협조를 얻어 어지간히 허리를 펼 수가 있었다. 이 친구는 부대장 앞에서 다시 호되게 얻어맞고 수용소에 돌아가서도 모진 교화봉 세례를 받았지만 시종일관 자기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긴 다행히 1,404번처럼 진짜 무서운 분대장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평소 남보다 열심히 일하는 그의 勞動覺醒을 참작하여 수용소는 이 친구의 안식일을 허용하고 그 대신 일요일에 작업하는 다른 현장으로 보냈다는 사연이었다. 신앙의 고집도 이쯤 되다보니 공산당들도 별도리가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이 친구의 신앙심에 새삼 깊은 감명을 받았다.
동아일보 1975년 3월호, 365, 366
신동아 공모 제11회 100만원고료 논픽숀 우수작 남창유한(南窓有恨)
비오는 날이었다. 동송림(東松林)은 항상 날씨가 좋지 못했다. 지게꾼은 다 그렇겠지만 제발 발판이 미끄럽지 말았으면 하고 비는 터였다. 그러나 이 날은 아침부터 비가 계속 내렸다. 게다가 내일은 일요일이다 하는 선입감에서 기분은 더욱 우울했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도구창고에서 지게를 지고 다른 동료들의 틈에 끼어 작업장에 나왔다. 불쾌한 날에는 재빠른 동작이 요령의 묘였다. 왜냐하면 조장들의 환심을 사는데 좋은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3조장은 나보고 부득불 삽을 쥐라고 명령했다. 비오는 날이 되어 퍽 다행이라 생각하고 나는 시키는 대로 삽을 잡았다. 보통 1개조는 19명에서 22명이었지만 오늘 따라 제3조는 19명이었다. 세패의 삽군(한패가 두명, 지게의 左右에서 퍼 올림)과 12명의 지게꾼으로 편성되었다. 그런데 나는 엉뚱한 사람과 삽의 한패가 되었다. 이자는 아침부터 삽을 세워들고 전연 일을 하지 않았다. 말인즉 安息敎 신도라 했다. 이 중년의 사나이는 교화소에 두 번째 들어왔다고 하는데 두 번다 公民證据否라는 특이한 죄였다. 당국이 공민증을 줄 때마다 하나님 여호와를 믿는 모든 신자들은 성경책만 있으면 되지 개패(강아지 목에 다는 패)같은 증명서는 필요 없다는 고집이었다.
그것까지는 나와 상관없으니 좋은데 안식일이라고 전연 일을 하지 않는데는 질색이었다. 지게는 계속 밀리고 반장, 부반장의 서릿발같은 몽둥이가 오락가락 하는 판에 나 혼자서 전부 담당하다보니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도무지 역정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저장이 때리고 차고 밟고 닥치는 대로 이사나이를 두들겨 팼지만 막무가내였다. 게다가 이 친구 얻어맞을 때마다 찬송가를 부르고 뭔가 기도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렇다해서 나도 같이 욕을 퍼붓고 때릴 수는 더욱 없었다. 나는 비지땀을 흘리며 무섭게 삽질을 했다. 이 사나이는 그래도 모르는 체 했다. 나중에는 반장까지 동원되어 모두 매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맞는 쪽은 날 때려 잡수 하는 식이었다. 계속 찬송가와 기도로써 일관했다. 정말 어이없는 인간이었다. 피가 사방으로 튕겨 가고 몽둥이는 난무했다. "야, 이 새끼야! 여기가 하나님 여호와를 믿는 곳이냐?"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아침에 출역할 때 이미 안식일을 선언했던 것이다. 결국 분대장에게 호출되었다. 나는 이때부터 조장의 협조를 얻어 어지간히 허리를 펼 수가 있었다. 이 친구는 부대장 앞에서 다시 호되게 얻어맞고 수용소에 돌아가서도 모진 교화봉 세례를 받았지만 시종일관 자기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긴 다행히 1,404번처럼 진짜 무서운 분대장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평소 남보다 열심히 일하는 그의 勞動覺醒을 참작하여 수용소는 이 친구의 안식일을 허용하고 그 대신 일요일에 작업하는 다른 현장으로 보냈다는 사연이었다. 신앙의 고집도 이쯤 되다보니 공산당들도 별도리가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이 친구의 신앙심에 새삼 깊은 감명을 받았다.
Total 231
| Number | Title | Author | Date | Votes | Views |
| 231 |
수작업으로 제작된 출시 45주년의 엔진이 없는 50cm의 초 소형 자동차.
church admin
|
2025.06.30
|
Votes 0
|
Views 10
|
church admin | 2025.06.30 | 0 | 10 |
| 230 |
교도소 '공중전화' 이야기
church admin
|
2025.06.16
|
Votes 0
|
Views 15
|
church admin | 2025.06.16 | 0 | 15 |
| 229 |
세계인을 미소짓게 만든 사진 한장 - 내몽골의 어린 소녀
church admin
|
2025.06.06
|
Votes 0
|
Views 27
|
church admin | 2025.06.06 | 0 | 27 |
| 228 |
‘헨리 & 파트너스’가 최근 발표한 '2025 헨리 여권 지수'
church admin
|
2025.05.27
|
Votes 0
|
Views 59
|
church admin | 2025.05.27 | 0 | 59 |
| 227 |
컬러 사진처럼 보이는 흑백사진
church admin
|
2025.05.23
|
Votes 0
|
Views 52
|
church admin | 2025.05.23 | 0 | 52 |
| 226 |
결혼식-강남 스타일
church admin
|
2025.05.19
|
Votes 0
|
Views 46
|
church admin | 2025.05.19 | 0 | 46 |
| 225 |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 북미지회의 의뢰로 바나 그룹이 수행한 연구 결과
church admin
|
2025.05.19
|
Votes 0
|
Views 47
|
church admin | 2025.05.19 | 0 | 47 |
| 224 |
가진 자들 이야기(부동산 상식)
church admin
|
2025.05.01
|
Votes 0
|
Views 46
|
church admin | 2025.05.01 | 0 | 46 |
| 223 |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계모임을 하는 그림
church admin
|
2025.04.25
|
Votes 0
|
Views 123
|
church admin | 2025.04.25 | 0 | 123 |
| 222 |
다양한 성씨 이야기
church admin
|
2025.03.27
|
Votes 0
|
Views 59
|
church admin | 2025.03.27 | 0 | 59 |
| 221 |
나의 정치적 소신을 교회 안에서 피력하는 것은 괜찮은 일인가?
church admin
|
2025.03.26
|
Votes 0
|
Views 92
|
church admin | 2025.03.26 | 0 | 92 |
| 220 |
퇴직후 가난을 대비하라.
church admin
|
2025.02.13
|
Votes 0
|
Views 101
|
church admin | 2025.02.13 | 0 | 101 |
| 219 |
평양에서 먹게 된 된장국
church admin
|
2025.02.13
|
Votes 0
|
Views 56
|
church admin | 2025.02.13 | 0 | 56 |
| 218 |
주님께 보내는 엽서
church admin
|
2025.02.13
|
Votes 0
|
Views 41
|
church admin | 2025.02.13 | 0 | 41 |
| 217 |
크리스마스 전구를 삼킨 개구리
church admin
|
2024.12.26
|
Votes 0
|
Views 80
|
church admin | 2024.12.26 | 0 | 80 |
| 216 |
삼육대학교 박물관에 볼거리
church admin
|
2024.11.14
|
Votes 0
|
Views 272
|
church admin | 2024.11.14 | 0 | 272 |
| 215 |
개 한 마리 때문에 사람 세명이 사망한 사건
church admin
|
2024.10.29
|
Votes 0
|
Views 387
|
church admin | 2024.10.29 | 0 | 387 |
| 214 |
목마른 사슴 - 백민선
church admin
|
2024.10.16
|
Votes 0
|
Views 232
|
church admin | 2024.10.16 | 0 | 232 |
| 213 |
위기의 한인교회
church admin
|
2024.10.14
|
Votes 0
|
Views 430
|
church admin | 2024.10.14 | 0 | 430 |
| 212 |
사람 관계는 이기고 지는 것이 없습니다
church admin
|
2024.10.08
|
Votes 0
|
Views 362
|
church admin | 2024.10.08 | 0 | 3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