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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이야기-남명극

Author
church admin
Date
2024-05-08 21:00
Views
96

물 이야기

물은 옛날부터 시적 풍류와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었으며, 문학 및 음악의 인기있는 소재였습니다. 명예스럽게도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 여기고, 씨앗에서 부터 식물과 동물, 나아가 인간 까지, 모든 존재는 물을 통해 생성되어 성장하고 생명을 유지한다고 바르게 보았습니다. 반면 헤라클레이토스는 인간의 이성처럼 밝게 빛나는 물을 만물의 근원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이 변하며, 변치 않는 고정불변의 것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변화한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다>는 그를 단숨에 철인의 반열에 입성시킨 불후의 명언입니다. 그런 그도 '만물은 흐른다 (panta rhei)'고 선언함으로 흐르는 물의 상징성을 선호했습니다. 다소 소박하고 조야하긴 하지만, 신화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학문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둘 다 의의가 있다고 볼 수있습니다.

서양철학은 존재의 의미 그 자체를 추구하는 존재론을, 동양철학은 인간 삶의 관계를 조명하는 관계론을 강조함으로 서로를 구별합니다. 이 관계론의 중심에 특이하게도 물의 은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물처럼 사는 것이 최상의 인생이라고 노자는 말합니다. 이처름 소중한 물을 시시하게 '물로 보면' 본질을 놓치고 맙니다. 노장사상은 자아를 끊임없이 비우고 성찰하여 인생을 흐르는 강처럼 사는 무위자연의 경지를 꿈꿉니다.

도가의 사상은 물의 은유에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물은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산이나 바위가 앞을 막으면 망설이지 않고 돌아서 갑니다. 낭떠러지를 만나면 부득불 아우성치면서 떨어지고, 깊은 웅덩이를 만나면 서두르지 않고 바닥을 다 채운 후에 길을 떠납니다. 젖은 땅이든 마른 땅이든 가리지 않고, 비옥한 들판이든 황량한 광야이든 따지지 않고 적셔줍니다. 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리 황폐한 폐허라해도 생명이 움틉니다.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가는 곳마다 생명을 살려내고 또한 유지시킵니다. 이 흐르는 모습이 꼭 길(道)을 닮았다하여, 물이 곧 도이고 도가 곧 물이라고 과장합니다.

무서운 힘을 갖고 있음에도 한 없이 겸손하고 부드럽게 흐르는 물은 참으로 유연합니다. 물은 그 본질을 전혀 변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도 순응합니다. 한번 용트림하면 바위도 부수고 산을 옮기지만, 겸손으로 고개 숙이는 벼 이삭을 조용히 키우고 어린 사슴의 애틋한 갈증을 말없이 달래줍니다. 물은 언제나 겸허한 자세로 필요한 곳으로 흐르고 끝내는 구원의 바다, 대양의 가슴에 안김으로 긴 여정을 완성합니다. 하지만 흐르지 않는 물은 이내 썩고 맙니다.

쏟아지는 소나기의 엄숙함과 포효하는 파도소리의 장엄함, 절벽에서 떨어지는 엄청난 수직의 폭포 소리는 우리를 압도합니다. 반대로 '깊은 산속 옹달샘', '꽃가지에 내리는 가는 빗소리' 같은 친숙한 동요들은 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속삭임처럼 신선한 위로와 세미한 감동을 줍니다. 극과 극의 감성입니다. 미물인 토끼 조차도 새벽이면 옹달샘을 찾아와 맑은 물을 마시듯이, 작은 미생물에서 커다란 동물에 이르기까지 물없이 살 수있는 생명은 없습니다. 한 방울의 물 속에도 창조의 신비가 들어있어, 우리는 창조주의 돌보시는 손길 속에서 끊임없이 생명의 신비를 물을 통해 공급받고 있습니다. 비와 새벽이슬은 하나님의 보호의 표시이자 축복의 상징입니다. 하늘 문을 잠시 닫아 가뭄을 내리거나 궁창의 문을 활짝 열어 홍수를 내림으로 경고와 심판의 도구가 되기도합니다.

맑은 샘물에 우리의 얼굴이 반사되듯이, 가끔은 고요한 물 위에 멈추어 나르씨스처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아야합니다. 맑은 수면은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반영해줍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는, 꽃이 피는 날 산의 모습과 아름다운 단풍의 숲 모습 그대로를 보여 주고, 잎 하나 남지 않은 겨울은 쓸쓸한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 줍니다. 푸른 잎들이 다시 돌아오는 봄날은 살아나는 모습 그대로, 새들이 떠나는 날은 서운한 모습 그대로를, 더 화려하지도 더 쓸쓸하지도 않게 은은히 품으며 비추어줍니다.

우뚝 선 나무는 뿌리가 깊고, 고고한 사상가는 철학이 깊습니다. 물은 깊이입니다. 우리도 깊은 샘에서 물을 길어올려 생의 깊이를 채워야합니다. 그 위에 삶의 배를 띄우고, 꿈을 띄우고, 생명도 띄우는 것입니다. 생수의 근원을 붙들고 한 방울씩 매일 내면을 채워 조금씩 깊어져야합니다.

우리 몸은 적어도 70% 물에 충실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물은 생명의 모체이자 고향이기도 합니다. 물고기만 물 없이 살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인간도 그러합니다. 창조주에 의한 지구의 탄생은 물에 덮인 흑암 속에서 땅과 하늘이 분리됨으로 시작되었고, 곤충들도 물 속에서 생명을 준비하며 물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을 때 하늘을 나는 새 생명이 됩니다. 사람도 물에서 만나 생명을 배태하여 새 삶을 시작합니다. 물이 있는 곳에는 생명의 시작이 있고, 그 배양이 있으며, 생의 율동과 도약이 있습니다. 사랑할 때도, 생명이 다하는 마지막 나눔에도 인간은 그 정을 눈물로 나눕니다. 물은 사랑하기 위하여 고난을 참고 인내하며, 돌을 던져도 깨어지지 않습니다.

물이 있는 곳에 육체의 상처는 씻겨지고, 죄가 있는 곳에 영혼의 상함은 물 속에 잠김으로 치유됩니다. 침례의 의미입니다. 사람에게는 물에서 자라 물로 태어나는 자연적인 출생뿐 아니라 성령으로 태어나는 영적인 출생이 있습니다. 사람은 전혀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새로운 출생이 필요하다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만일 인생에도 개정판이 있다면, 그 서두에 물처럼 흐르고 싶은 인생이라고 수정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물의 덕성을 닮는다면 세상에 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남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는 물처럼 산다면, 그곳이 곧 이상향일 것입니다.

구원의 강물은 누구에게나 흐르고 늦은 비 성령의 날개를 주어 하늘을 날게합니다. 그리하여 갈한 영혼과 상한 심령에 생수를 뿌리는 생명수의 수로가됩니다. 물처럼 낮은 곳만 찾아 흘러도 넓고 넓은 바다에 이르듯이, 생의 골짜기 낮은 곳만 골라 딛고 살아가도 영원하신 분의 품에 이르게됩니다. 어떤 어려움과 역경속에서도 오늘도 여일하게 나의 갈 길 다 달려가면 마침내 구원의 바다에 다다를 것을 믿으며 물처럼 유순한 순종의 삶을 추구합니다.

산골짝 시냇물을 따라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맺혀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깨끗한 물이 되어있을것입니다. 마음의 강물은 어디에도 갇히지 않고 도도히 흐르고,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 가슴 속에는 물이 흘러 신앙의 향기가 피어나야합니다. 죽음의 홍수 가운데서 나는 내 안에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생명의 호수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나도 이제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다투지 않고 영혼을 적셔주는 너그러운 삶으로 익어가고 싶습니다. 적어도 흉내는 내고 싶습니다.

물이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가듯, 우리의 생명도 이 세상에서 산화하면 승천의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하늘에는 생명수의 강이 유리 바다처럼 출렁이고, 우리의 가슴에는 생수의 강이 영원히 흐를 것입니다. 대양을 지으시고도 나를 위해 목마르셨던 주님, 수가의 우물가에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수를 공개하시고, 어린 소자 하나에게 준 냉수 한 그릇의 봉사를 귀히 여기시는 주님을 생각합니다. 생명의 물결이 출렁이는 강같은 사랑으로, 갈한 우리의 영혼을 흠뿍 축여주시고, 상한 심령에 생수를 듬뿍 뿌려서 시든 영혼을 깨어나게하시며,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신 분의 사랑에 잠긴 채 가을 밤이 조용히 깊어갑니다. 적막의 어둠이 고요히 흐르는 자그만 숲에서 동산을 적시며 흐르는 세미한 물 소리를 듣습니다.

글 남명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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